에너지자립 아파트 관리비 3분의 1로 준다
매일경제 | 입력 2009.09.20 18:05 | 수정 2009.09.21 07:23
◆ Greenomics 제3부 - 삶의 공간부터 그린화 ① ◆
2020년 영하 10도의 한파가 불어닥친 어느 한겨울. 서울에 있는 105㎡(32평형)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생 나미래 씨(가명ㆍ21)는 이날이 특별히 춥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내온도는 섭씨 22도를 가리키고 있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면서 비로소 극심한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나씨 가족은 난방비를 걱정하지 않는다. 매달 내는 아파트 관리비는 9만원(물가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2009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대우건설이 계획 중인 2020년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 관리비를 추정한 것이다. 이 제로 에너지 아파트에 사는 나씨 가족은 전기료나 난방비를 따로 관리비로 내본 적이 없다.
아파트 곳곳에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설비가 설치됐고 에너지절감 시스템이 함께 가동하면서 전기료와 난방비를 모두 충당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다.
아파트 관리비로 지불하는 내역은 인건비 등의 일반관리비와 경비비, 청소ㆍ소독비, 수선충당금뿐이다.
이는 2009년 같은 규모의 아파트 관리비(27만원)에 비해 2020년 관리비가 3분의 1에 불과한 이유다.
이처럼 관리비 절감이 가능했던 것은 급탕과 난방, 가스, 전기, 수도 비용을 거의 '제로(0)'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5㎡ 아파트 관리비의 64%가 '에너지' 비용으로 채워졌다.
관리비를 3분의 1로 줄인 2020년의 아파트는 일조량이 좋은 날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배터리에 충전시켜 사용한다.
중수 처리시설을 통해 빗물을 사용하면서 아파트의 물 사용량도 줄인다.
나씨가 학교를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에도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곳곳에 숨어 있다. 승강기는 '바이오가스 발전시스템'으로 가동한다.
가정에서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한 곳으로 모아 처리과정을 거쳐 메탄가스를 생산해 전기와 온수를 얻는 시스템이다. 지하주차장은 전등을 켜지 않았는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태양광을 모아 실내에 공급하는 자연채광 시스템 덕분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한몫했다.
2020년 나씨 아파트는 앞으로 다가올 '제로 에너지 하우스(Zero Energy House)'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하는 전력, 난방 등 에너지를 단지 내부에서 모두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비용이 든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 건축에는 현재 국내 기준으로 3.3㎡당 평균 건축비가 3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5㎡ 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1억원 정도가 추가비용으로 분양가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추가 건축비 걱정을 앞세울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축비가 앞으로 10년 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는 머지않은 장래에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20가구 이상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주택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총량을 최소 10% 이상 절감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도 2018년까지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주택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인들 스스로 삶의 공간을 그린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개별 주택이나 사무용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그리노믹스의 실천"이라면서 "주택 에너지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개인과 가족 단위의 기본공간부터 바꾸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사들도 발빠르게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이 거의 없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2012년까지 냉ㆍ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한 '에코 3리터 하우스(Eco-3ℓ House) 개발 완료'라는 비전을 내놨다. 그린 공간은 에너지 비용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무용 공간에서의 그린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그린 빌딩은 생산성까지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에서 빌딩을 그린 빌딩으로 바꾼 이후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6~16%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경도 팀장 / 이향휘 기자 / 장용승 기자 / 문수인 기자 / 서진우 기자 / 안정훈 기자]
2020년 영하 10도의 한파가 불어닥친 어느 한겨울. 서울에 있는 105㎡(32평형)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생 나미래 씨(가명ㆍ21)는 이날이 특별히 춥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내온도는 섭씨 22도를 가리키고 있다.
TV를 켜고 뉴스를 보면서 비로소 극심한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는 대우건설이 계획 중인 2020년의 제로 에너지 하우스 관리비를 추정한 것이다. 이 제로 에너지 아파트에 사는 나씨 가족은 전기료나 난방비를 따로 관리비로 내본 적이 없다.
아파트 곳곳에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설비가 설치됐고 에너지절감 시스템이 함께 가동하면서 전기료와 난방비를 모두 충당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다.
아파트 관리비로 지불하는 내역은 인건비 등의 일반관리비와 경비비, 청소ㆍ소독비, 수선충당금뿐이다.
이는 2009년 같은 규모의 아파트 관리비(27만원)에 비해 2020년 관리비가 3분의 1에 불과한 이유다.
이처럼 관리비 절감이 가능했던 것은 급탕과 난방, 가스, 전기, 수도 비용을 거의 '제로(0)'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5㎡ 아파트 관리비의 64%가 '에너지' 비용으로 채워졌다.
관리비를 3분의 1로 줄인 2020년의 아파트는 일조량이 좋은 날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배터리에 충전시켜 사용한다.
중수 처리시설을 통해 빗물을 사용하면서 아파트의 물 사용량도 줄인다.
나씨가 학교를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과정에도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곳곳에 숨어 있다. 승강기는 '바이오가스 발전시스템'으로 가동한다.
가정에서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한 곳으로 모아 처리과정을 거쳐 메탄가스를 생산해 전기와 온수를 얻는 시스템이다. 지하주차장은 전등을 켜지 않았는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태양광을 모아 실내에 공급하는 자연채광 시스템 덕분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도 한몫했다.
2020년 나씨 아파트는 앞으로 다가올 '제로 에너지 하우스(Zero Energy House)'의 모습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사용하는 전력, 난방 등 에너지를 단지 내부에서 모두 해결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비용이 든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 건축에는 현재 국내 기준으로 3.3㎡당 평균 건축비가 3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5㎡ 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1억원 정도가 추가비용으로 분양가에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추가 건축비 걱정을 앞세울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축비가 앞으로 10년 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는 머지않은 장래에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20가구 이상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주택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총량을 최소 10% 이상 절감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도 2018년까지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주택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반인들 스스로 삶의 공간을 그린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줄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윌리엄 밀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개별 주택이나 사무용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그리노믹스의 실천"이라면서 "주택 에너지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밀러 교수는 "개인과 가족 단위의 기본공간부터 바꾸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사들도 발빠르게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이 거의 없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2012년까지 냉ㆍ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한 '에코 3리터 하우스(Eco-3ℓ House) 개발 완료'라는 비전을 내놨다. 그린 공간은 에너지 비용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무용 공간에서의 그린 혁명이 벌어지고 있는 그린 빌딩은 생산성까지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동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에서 빌딩을 그린 빌딩으로 바꾼 이후 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6~16%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경도 팀장 / 이향휘 기자 / 장용승 기자 / 문수인 기자 / 서진우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