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nocturn] 실버산업...


실버산업 2010년 43조→2020년 148조 급팽창

매일경제 | 입력 2009.09.20 17:55

◆新 내수시장을 찾아라 (5) / 5대 알짜산업을 선점하라◆

한국 내수시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내수시장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국민은 7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에 허덕이면서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ㆍ사회 트렌드가 진행되면서 예전에 없었던 '신내수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ㆍ위생용품 △물산업 △실버산업 △농촌과 농업 △ 관광ㆍ레저 등 5대 알짜산업이다.

◆ 환경ㆍ위생산업을 잡아라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수영 종목 예선과 결선.

TV 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 사이에서 박태환 선수가 코에 착용한 '신기한' 물건이 화제가 됐다.

그 물건은 삽입형 코전용 마스크 '노스크'였다. 분진과 미세먼지, 대기오염에서 호흡기를 보호하는 제품이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았던 박 선수가 베이징의 먼지에 대비해 착용한 것이다. 이는 알레르기에 민감한 선진국에서 흔한 제품이다.

노스크를 판매하는 정진구 삼정인터내셔널 대표는 "제품의 98%를 수출한다"며 "공기가 좋지 않은 지하공간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이 제품을 많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플루마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위생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마스크를 포함해 손세정제, 가글액, 휴대용 물티슈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여러 환경오염 물질에서 벗어나려는 소비자들 욕구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블루 골드' 물(水)이 뜬다

= 이제는 단순히 마시는 물이 아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좋은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생수 제품보다 평균 두 배 이상 가격인 수입 생수 판매가 매년 20~30%씩 급증하는 것도 좋은 물을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이다.

현재 국내 먹는 물시장 규모는 약 1조4000억원. 알칼리 이온수, 해양 심층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먹는 물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물시장은 앞으로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먹는 물뿐 아니라 피부 미용수, 세정제 등으로 이용되는 물도 고급화 제품이 떠오르고 있다. 기능성 물 제품까지 품질 좋은 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물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설비투자도 활발하다.

글로벌 워터마켓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공공 상하수도와 담수시설 설비 투자 규모는 2007년 3496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5295억달러로 급증한다.

◆ '노년층', 실버산업을 잡아라

=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내수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노년층'으로 옮아가고 있다. 기존 주력 소비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5~10년 내에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26년이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인구 변화로 인해 노인을 위한 실버산업이 새로운 거대 내수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실버산업은 노인 건강관리에 집중한 의료산업에 한정됐다. 앞으로는 이런 단순한 요양 차원을 넘어 실버산업은 노인들의 새로운 인생 활동 시기와 맞물려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ㆍ취미ㆍ오락산업, 노인을 위한 식품, 의류, 생활용품산업이 새롭게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국내 실버산업 규모가 2010년 43조9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48조6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는 실버산업이 2010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존 산업 평균 성장전망(4.7%)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업종별로는 요양(6.6%), 의료기기(12.1%), 정보(25.1%), 여가(13.7%), 금융(12.9%) 등 고령친화 부문이 기존 산업 성장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 새롭게 떠오르는 농업

= 최근 막걸리 열풍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막걸리는 올해 8월까지 전년보다 140%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이후로는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4배나 증가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술도 몸에 좋은 술을 찾는 트렌드가 생겨난 덕분이다.

막걸리는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효자 수출상품이 되고 있다.

상황버섯, 흑미, 찹쌀 등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전통주들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통주는 농촌 활성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도시와 농촌 간 경제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농촌을 육성하는 것은 내수시장 확대와 직결될 수 있다. 농업을 대형화하고 전통주를 육성하고 전통문화시설을 바탕으로 농촌관광을 활성화해서 지역 간 구매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농촌에는 상당한 기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08년 3조2000억여 원이었던 친환경 농산물시장 규모는 2020년 전체 농산물시장의 20% 수준인 7조676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변국 거대 관광 수요를 잡아라

= 한국은 중국, 일본 등 거대 소비시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두 국가의 인구만 합쳐도 15억명에 달한다.

이들을 관광객으로 한국에 유치하면 막대한 내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 여행수지는 2001년 이후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친화적인 관광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 안내도 대부분 한글로만 돼 있고 바가지요금도 여전하다. 최근 한류 열풍 등으로 관광 수입을 극대화할 만한 호재가 있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국내 인프라스트럭처로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

외국인들이 찾을 수 있는 휴양지 등 관광시설뿐만 아니라 의료시설, 교육시설 등을 확대해 외국인 수요를 끌어들인다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국을 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비스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전폭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국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휴양형 주거단지, 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등을 추진하지만 여전히 규제로 인해 개발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곽진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의료사업처장은 "영리 의료법인 허용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제주도를 관광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범 단지로 생각해서 서비스시장 관련 규제 철폐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 진단

▶ 김주훈 KDI 선임연구위원 "의료ㆍ교육시장 경쟁을 촉진하라"

내수 시장을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국은 의료, 교육 등 고급 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이 뒤처져 있는 것이 문제다. 한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으니 국내 소비자도 해외 서비스 시장을 찾게 되는 것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성 문제와 연결돼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는 글로벌 위기에 취약한 구조다. 글로벌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해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 성장률의 진폭이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내수 시장을 살려 글로벌 위기에도 휘청이지 않는 든든한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수출기업 위주 지원정책 버려라"

그동안 정부 정책이 수출 기업 위주였던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수출ㆍ내수 구분 정책으로 내수 기업들이 소외되고 있었다. 이제는 국내 시장을 희생하고 수출로 경제 발전해야 한다는 사고는 지양해야 한다. 내수와 수출의 이분법적인 접근을 버리고 내수 기업에도 수출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정책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게다가 의료ㆍ법률 시장 같은 경우는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시장의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 시장과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규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다문화ㆍ고령화에 미리 대비해라"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층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다문화 사회다. 이미 10명당 1명은 다문화 가정을 이루고 있다. 타문화를 배척하는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 나가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들 소비층에 대한 시장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사회 변화는 바로 인구 고령화다. 노년층이 소비할 수 있는 서비스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내수 시장이 적자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 상품과 비교했을 때 국내 상품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이나 의료가 특히 그렇다. 이런 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는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외국인등 新소비층 발굴하라"

내수 시장의 소비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내국인만 소비 대상으로 보지 말고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을 타깃으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소득층이 한국에서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최고급 상품을 개발해서 해외로 나가는 소비를 한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수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출산 확대 정책도 이런 관점에서 내수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진출 확대도 내수 시장 활성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남북간의 경제 통합을 구체화시켜서 숨겨져 있는 북한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한국 내수를 튼실하게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다.

< 시리즈 끝 >

[특별기획팀 = 이진우 차장(팀장) /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